한신 타이거스

1935년 12월 10일 (오사카 타이거스)

한신 타이거스 이야기

우승보다 드라마가 많은 팀, 그래서 더 사랑받는 팀

한신 타이거스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오래된 구단 중 하나이자, 성적과 무관하게 가장 뜨거운 팬덤을 가진 팀으로 유명합니다. 우승 횟수만 보면 화려한 팀은 아니지만, 그 대신 전설이 된 사건들이 유독 많습니다. 야구장을 넘어 도톤보리 강까지 이어지는 팬들의 열정, 38년을 끌었던 저주 같은 우승 갈증, 그리고 그걸 풀어낸 순간까지 — 한신은 '이야기가 있는 팀'의 대표주자입니다.

간사이의 자존심, 오사카 타이거스의 탄생

한신 타이거스는 1935년 '오사카 타이거스'라는 이름으로 창단됐습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존재해온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로, 도쿄를 연고로 한 요미우리와 대비되는 '간사이(오사카·고베 지역)의 팀'이라는 정체성을 처음부터 갖고 출발했습니다. 이 도쿄 대 간사이 구도는 이후 수십 년간 일본 프로야구 최대의 라이벌전인 '한신-요미우리전(한신전)'으로 이어지며, 단순한 팀 간의 승부를 넘어 두 지역의 자존심 대결로 여겨지게 됩니다.

고시엔, 성지에 사는 팀

한신의 홈구장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1924년에 지어진 고시엔 구장입니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외벽으로 유명한 이 구장은 매년 여름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일명 '여름 고시엔')가 열리는, 일본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성지이기도 합니다. 좌우중간이 넓고 중앙이 좁은 독특한 외야 모양에 내야 전체가 흙으로 덮인 유일한 NPB 구장이라, 홈런은 잘 안 나오고 대신 예측불허의 불규칙 바운드가 자주 나오는 투수 친화 구장으로도 유명합니다. 문제는 전국 고교야구 대회가 프로야구 시즌 한복판인 8월에 열린다는 점입니다. 대회 기간과 시즌 개막 시리즈 동안 구장을 비워줘야 하는 한신은 1997년부터 라이벌 구단인 오릭스의 홈구장 교세라 돔 오사카를 빌려 그 기간의 '홈'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그래도 매번 원정 못지않은 체력 소모를 감수해야 해서 이 시기는 여전히 한신 팬들 사이에서 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통과의례처럼 여겨집니다.

1985년, 백스크린 3연발과 첫 일본시리즈 우승

한신 역사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순간은 1985년입니다. 그해 4월, 3번 타자 마유미 아키노부, 4번 타자 랜디 바스, 5번 타자 오카다 아키노부(현 감독)가 요미우리전에서 3타자 연속으로 센터 백스크린을 넘기는 홈런을 쳐낸 '백스크린 3연발'은 지금까지도 일본 야구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기세를 몰아 한신은 리그 우승에 이어 니시테츠(현 세이부)를 꺾고 구단 역사상 첫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외국인 타자 랜디 바스는 이해 트리플크라운에 근접하는 활약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며 전설적인 선수로 남았습니다.

도톤보리의 커널 샌더스, 그리고 저주

우승 직후 축제 분위기 속에서 흥분한 팬들이 오사카 도톤보리 강가에서 선수 이름을 외치며 하나둘 강물에 뛰어드는 '다이빙 세리머니'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 랜디 바스를 닮은 사람을 찾지 못한 팬들이 근처 KFC 매장 앞에 있던 커널 샌더스 동상을 대신 안고 강에 던져버리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한신은 무려 18년간 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고, 일본시리즈 우승까지는 더 긴 공백이 이어지면서 팬들 사이에서 '커널 샌더스의 저주'라는 도시전설이 퍼졌습니다. 실제로 강에 가라앉았던 동상은 2009년에야 건져 올려졌는데, 안경과 왼손 일부가 사라진 채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23년, 38년 만에 저주가 풀리다

2003년과 2005년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일본시리즈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던 한신은, 2023년 감독으로 복귀한 오카다 아키노부(바로 그 백스크린 3연발의 주인공)와 함께 다시 정상에 도전합니다. 오카다 감독은 시즌 내내 '우승'이라는 단어 대신 '아레(それ, 그것)'라는 표현을 써서 부정 탈 일을 피하는 특유의 화법으로 화제를 모았고, 이 '아레'는 그해 일본 유행어 대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사회적 밈이 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신은 오릭스 버펄로스를 꺾고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라 1985년 이후 3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도톤보리는 다시 한번 다이빙하는 팬들로 가득 찼습니다.

'33-4', 야구팬들이 평생 놀려먹는 숫자

2003년과 2005년, 한신은 두 번이나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일본시리즈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습니다. 특히 2005년 지바 롯데와의 일본시리즈에서는 4경기를 모두 내주며(0승 4패) 탈락했는데, 이 4경기의 합계 스코어가 4:33이었습니다. 이 '33-4'라는 숫자는 이후 일본 야구팬들 사이에서 하나의 밈이 됐습니다. 어떤 투수의 방어율이 3.34이거나, 어떤 타자의 타율이 .334이거나, 심지어 어떤 경기가 3시간 34분 만에 끝나기만 해도 팬들은 '와이라노! 한신은 아무 상관 읎따 아이가!(나랑 뭔 상관이야! 한신은 관계 없잖아!)'라며 놀리는 것이 하나의 놀이가 됐을 정도입니다. 2023년 마침내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도 이 밈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시끄럽고, 가장 뜨거운 응원

한신 팬덤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는 1936년 만들어진 구단 응원가 '롯코오로시(六甲おろし)'입니다. 일본 프로야구 구단가 중 가장 오래된 곡으로, 홈경기 승리 시 선수단과 팬들이 함께 부르는 장면은 한신 야구의 상징 같은 순간입니다. 외야석의 응원단(오엔단)은 다른 어떤 구단보다도 크고 조직적인 응원 문화로 유명하며, 성적이 나쁠 때는 그만큼 냉정한 야유(야지)가 쏟아지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특히 라이벌 요미우리와 맞붙는 날, 도쿄돔 원정 응원석에서까지 목청껏 '뒈져라 요미우리'를 외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함성이 요미우리 구단가 중계 음향을 통째로 덮어버려 생중계 방송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질 정도입니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한결같이 '뜨거운' 팬덤, 이것이 한신 타이거스를 일본에서 가장 이야깃거리가 많은 구단으로 만드는 진짜 이유입니다.

'설레발'의 명수, 한국 선수 영입설

한신은 유독 한국 선수 영입설을 언론에 흘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종범, 이승엽, 김동주, 김태균, 이범호, 임창용, 이대호, 김광현, 배영수, 손승락, 양현종, 김현수, 최형우까지 — 거의 매해 누군가의 이름이 한신행 후보로 오르내렸지만 정작 계약까지 이어진 선수는 단 한 명, 마무리 투수 오승환뿐입니다. 오승환은 2014~2015년 한신에서 뛰며 2년 연속 세이브왕과 클라이맥스 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등 확실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반면 이승엽은 정작 라이벌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 뛰며 2005년 일본시리즈에서 한신을 스윕하는 등 여러 차례 한신의 뒤통수를 쳤고, 한일 통산 400호 홈런도 한신을 상대로 완성했습니다. 오랫동안 영입설만 무성했던 탓에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한신에 '양치기 소년' 이미지가 붙기도 했습니다.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들

무라야마 미노루1959–1972

투수 · 등번호 11(영구결번)

온몸을 던지는 '자토펙 투구법'으로 유명했던 구단 첫 대에이스. 통산 222승을 올렸고 1962년 리그 MVP를 차지했습니다. 요미우리의 나가시마 시게오와 벌인 라이벌전은 당대 최고의 볼거리였습니다.

카케후 마사유키1974–1988

3루수 · 등번호 31

'미스터 타이거스'라 불린 구단 최다 통산 349홈런의 주인공. 1979년에는 구단 신기록인 시즌 48홈런을 쳤고, 홈런왕 3회·베스트나인 7회를 기록하며 1985년 우승의 중심에 섰습니다.

후지무라 후미오1936–1958

4번타자 · 등번호 10(영구결번)

긴 방망이로 홈런을 양산해 '모노호시자오(빨랫대 방망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구단 초창기의 4번타자. 초대 '미스터 타이거스'로 불렸고, 선수 겸 감독으로 1946년·1955~57년 팀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랜디 바스1983–1988

1루수(외국인 타자)

1985년 '백스크린 3연발'의 마지막 타자. 이해 타율·홈런·타점 3부문을 모두 석권하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1986년에도 한 번 더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해 NPB 유일의 외국인 타자 2회 트리플크라운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오카다 아키노부1980–1993

내야수 · 등번호 16

1980년 신인왕 출신으로 1985년 백스크린 3연발의 세 번째 타자. 은퇴 후에는 감독으로 돌아와 2004~2008년, 2023~2024년 두 차례 팀을 이끌며 2023년 38년 만의 우승까지 완성했습니다.

요시다 요시오1953–1969

유격수 · 등번호 23(영구결번)

화려한 수비로 이름을 떨친 명유격수. 은퇴 후 감독으로 세 차례(1975~77, 1985~87, 1997~98) 팀을 이끌었고, 1985년에는 지휘봉을 잡고 구단 첫 일본시리즈 우승을 완성했습니다.

카네모토 토모아키2003–2012 (한신 시절)

외야수 · 등번호 6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간 연속경기·연속이닝 출장이 세계 기록(1,492경기)으로 남아 있는 '철인'. 2012년 영구결번을 권유받았지만 후배들을 위해 직접 사양했습니다.

도리타니 다카시2004–2019

유격수 · 등번호 1

유격수 최초로 시즌 100타점을 기록한 수비형 유격수의 전설. 통산 1,766안타, 베스트나인 6회·골든글러브 4회를 수상했습니다.

이가와 케이1998–2006

투수 · 등번호 29

2003년 20승·다승왕·사와무라상·MVP를 휩쓸며 18년 만의 리그 우승을 이끈 2000년대 초반 에이스입니다.

무라카미 쇼키2021–현재

투수 · 등번호 41

2023년 평균자책점 1.75로 방어율왕과 MVP·신인왕을 동시 수상(센트럴리그 역대 최초)하며 38년 만의 우승을 이끈 현재 팀의 에이스입니다.

사토 테루아키2021–현재

내야수/외야수 · 등번호 8

좌타자 역대 최다 신인 홈런(24개) 기록을 세운 뒤 2025년 40홈런·102타점으로 홈런왕·타점왕을 차지한 팀의 현재 간판 슬러거입니다.

우승 이력

리그 우승 (11회)

19371938194419471962196419852003200520232025
연도상대팀전적결과
1962도에이 플라이어스2승 4패준우승
1964난카이 호크스3승 4패준우승
1985세이부 라이온즈4승 2패우승
2003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3승 4패준우승
2005지바 롯데 마린스0승 4패준우승
2014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1승 4패준우승
2023오릭스 버펄로스4승 3패우승
2025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1승 4패준우승

역대 감독

감독재임 기간비고
1모리 시게오1936초대 감독
2이시모토 슈이치1936–1939
3마쓰키 겐지로1940–1941
4와카바야시 다다시1942–1944
5후지무라 후미오1946
6와카바야시 다다시1947–1949
7마쓰키 겐지로1950–1954
8기시 이치로1955
9후지무라 후미오1955–1957
10다나카 요시오1958–1959
11가네다 마사야스1960–1961
12후지모토 사다요시1961–1965
13스기시타 시게루1966
14후지모토 사다요시1966–1968
15고토 쓰구오1969
16무라야마 미노루1970–1972선수 시절 구단 첫 대에이스
17가네다 마사야스1972–1974
18요시다 요시오1975–1977
19고토 쓰구오1978
20돈 블레이저1979–1980
21나카니시 후토시1980–1981
22안도 모토오1982–1984
23요시다 요시오1985–1987구단 첫 일본시리즈 우승(1985)
24무라야마 미노루1988–1989
25나카무라 가쓰히로1990–1995
26후지타 다이라1996
27요시다 요시오1997–1998
28노무라 가쓰야1999–2001
29호시노 센이치2002–200318년 만의 리그 우승
30오카다 아키노부2004–2008
31마유미 아키노부2009–2011
32와다 유타카2012–2015
33가네모토 도모아키2016–2018
34야노 아키히로2019–2022
35오카다 아키노부2023–202438년 만의 일본시리즈 우승(2023)
36후지카와 규지2025–현재구단 역대 가장 빠른 리그 우승 확정(2025)

알아두면 좋은 트리비아

  • 구단가 '롯코오로시'는 1936년에 만들어진, 일본 프로야구 구단 응원가 중 가장 오래된 곡입니다.
  • 1985년 우승 당시 강에 던져진 커널 샌더스 동상은 2009년에야 인양됐고, 안경과 왼손 일부는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 2023년 우승을 이끈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1985년 첫 우승 당시 '백스크린 3연발'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 '아레(それ)'라는 오카다 감독의 화법은 2023년 일본 신조어·유행어 대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사회적 화제가 됐습니다.
  • 카네모토 토모아키의 연속경기 출장 1,492경기(1999~2010년)는 히로시마 시절부터 이어온 기록으로, 세계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 2023년 우승 확정 후 도톤보리강 다이빙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해 오사카 경찰이 강변에 1,300여 명을 배치했고, 한국 외교부도 현지 여행객에게 도톤보리 방문을 자제하라는 안전문자를 보냈습니다.
  • 랜디 바스가 1985년 홈런왕에 오른 뒤, 무려 40년 가까이 한신에서 홈런왕이 나오지 않다가 2025년 사토 테루아키가 40홈런으로 그 계보를 이었습니다.
  • 전통적으로 '구단 스타 출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 팀이 망한다'는 징크스가 있었지만, 2023년 오카다 아키노부와 2025년 후지카와 규지가 나란히 우승하며 이 징크스를 깼습니다.
  • 현재 마스코트는 토라키·럭키·키타 3인조이며, 2군 전용이던 코라키가 2025년부터 1군 마스코트에 정식 합류했습니다.
  • NPB 역대 최단 경기(55분, 1946년)와 최장 경기(6시간 26분, 1992년) 기록을 모두 한신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 1985년 일본시리즈 MVP가 외국인 타자 랜디 바스였던 것을 시작으로, 한신은 오랫동안 'NPB 12구단 중 유일하게 자국(일본인) 선수의 일본시리즈 MVP가 없는 팀'이었습니다. 이 기록은 2023년 우승 당시 근본 코지(近本光司)가 MVP를 수상하며 비로소 깨졌습니다.
한신 타이거스 이야기 | 야구N진심